글쓰기와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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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코칭의 유사점과 차이점: 내면을 들여다보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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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책이 사라진 자리, 비로소 마주한 ‘나’라는 본질

인생의 변곡점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평생을 몸담았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 현장에서, 나는 효율과 생산성을 따지며 수치와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직책의 상실’은 견고했던 나의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어깨를 누르던 책임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자유가 아니라, 정체성의 혼란과 막막함이었다.

그 혼란의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내가 불현듯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다. 매일 빈 화면을 마주하며 내 안의 감정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벼랑 끝에 선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한 처절한 대화였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나를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주었다.

그 후, MBA 과정에 진학하며 만난 ‘코칭’은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안겨주었다. 글쓰기가 나 자신의 내면을 파고드는 수직적인 탐구였다면, 코칭은 그 탐구의 결과를 타인과 나누고 연결하는 수평적인 확장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 활동이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글쓰기와 코칭은 결국 ‘인간의 내면’이라는 거대한 심연을 여행하는 두 가지 방식일 뿐이다.

글쓰기: 결핍의 공간을 채우는 자기 코칭의 시작

직책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명함의 한 줄이 지워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의 내 위치와 나를 증명하던 도구가 사라지는 일이다. 나는 글을 쓰며 비로소 질문하기 시작했다. “직함이 없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코칭에서 내담자에게 던지는 강력한 질문들과 그 맥을 같이한다. 글쓰기 프로세스는 그 자체로 정교한 자기 코칭의 과정이다.

  • 관찰과 자각: 감정을 객관적으로 나열하며 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자각한다. (코칭의 현상 파악)
  • 해석과 수용: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배경을 분석하고, 상처 입은 나를 수용한다. (코칭의 공감과 지지)
  • 재정의와 창조: 상실을 단순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재정의한다. (코칭의 리프레이밍)

나는 글을 쓰며 내 안의 코치를 깨웠다. 화면 위의 커서는 코치의 눈빛이 되어 나를 독려했고, 한 줄 한 줄 채워지는 문장들은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격려이자 냉철한 조언이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직책이라는 외피 속에 가려져 있던 ‘본연의 나’를 복원해낼 수 있었다.

글쓰기

코칭: 타인의 내면으로 흐르는 공감의 글쓰기

MBA에서 코칭을 배우며 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타인의 고민을 경청하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마치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책의 여백에 함께 주석을 다는 작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근육을 단련한 덕분에, 타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것이 완전히 낯설지 않았다.

코칭은 ‘말’로 하는 글쓰기다. 코치는 내담자가 자신의 인생 서사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돕는 편집자이자 공동 저자다. 내가 글쓰기에서 느꼈던 그 치열한 성찰의 기쁨을 타인도 누릴 수 있게 돕는 것, 그것이 코칭의 본질임을 깨달았다.

글쓰기가 내 안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코칭은 내담자 안에 이미 존재하는 보석 같은 답들을 찾아내어 문장으로 발화하게 돕는 과정이다. 두 가지 모두 ‘보이지 않는 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연관되어 있다.

코칭 Coaching

글쓰기와 코칭의 유사점: 내면의 진실을 향한 정교한 프로세스

글쓰기와 코칭의 연관성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한다’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 둘은 인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첫째, ‘직면’의 용기

글을 쓸 때 우리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이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직면해야만 한다. 코칭 역시 마찬가지다. 고객이 회피하고 싶어 하는 문제의 본질을 직면하게 할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나는 직책을 잃은 상실감을 글로 직면했기에 치유될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코치로서 고객의 아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게 하는 단단한 힘이 되었다.

둘째, ‘언어’의 힘

생각은 언어가 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머릿속을 맴도는 막연한 불안은 글로 적히거나 코칭 대화로 뱉어지는 순간 제어 가능한 대상이 된다. 물리적 세계에서 공정의 변수를 제어하듯, 내면의 세계에서는 언어를 통해 마음의 변수를 제어한다. 글쓰기와 코칭은 모두 ‘모호함’을 ‘명료함’으로 바꾸는 연금술이다.

셋째, ‘성장’이라는 지향점

글을 쓰기 전의 나와 글을 쓴 후의 나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코칭 세션 이전과 이후의 고객 또한 마찬가지다. 두 활동 모두 인간의 잠재력을 믿고,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전제로 한다.

글쓰기와 코칭의 차이점: 고독한 항해와 동반 성장의 에너지

물론 두 영역의 결은 다르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작가이자 코치로서 나의 정체성을 풍요롭게 한다.

  • 호흡의 차이: 글쓰기는 깊은 심해로 혼자 내려가는 고독한 항해다. 충분한 숙고와 퇴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코칭은 파도 위를 함께 달리는 역동적인 서핑이다. 상대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흐름을 타야 한다.
  • 주체의 확장: 글쓰기의 일차적 수혜자는 글쓴이 자신이다. 내가 치유되어야 독자에게도 울림을 줄 수 있다. 코칭의 주인공은 철저히 내담자다. 코치는 자신을 지우고 내담자가 빛나도록 배경이 되어야 한다.

작가이자 코치로서 써 내려가는 새로운 인생 수율

직책이 사라지는 혼란의 과정은 나에게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글쓰기와 코칭이라는 두 개의 보물을 발견하게 해 준 축복이었다. 만약 내가 직책에만 안주했다면,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법도, 타인의 영혼에 공명하는 법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물리학이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듯, 나는 이제 글쓰기와 코칭을 통해 인간 마음의 원리를 탐구한다. 걷기를 좋아하고 산을 오르며 내면을 정리하는 나의 취미처럼, 글쓰기와 코칭은 나에게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는 두 개의 지팡이와 같다.

나는 이제 블로그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며, 동시에 누군가의 삶을 코칭한다. 나의 글은 누군가에게 코칭 질문이 되고, 나의 코칭은 다시 한 편의 아름다운 에세이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연관성은 나의 삶 그 자체로 증명되고 있다. 직책은 사라졌지만, ‘나’라는 작가와 코치는 이제야 비로소 선명하게 존재하기 시작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코칭이란 무엇인가 / DREAM 코칭 모델 / 코칭이란 (한국코치협회)

기술과 마음이 교감하는 기록

For Your Dream Life

by Dream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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