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P RP#07 (자원 개발과 앵커링)

과거의 기억은 제약인가, 자원인가

2025년 4월 26일 진행된 NLP 수업은 나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이번 수업의 핵심은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앵커링 기법을 어느 정도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수업을 통해 돌아보니, 그 앵커링의 방향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과거에 실패했거나 낭패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는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과도하게 준비하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겉으로 보면 문제 예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정적인 기억을 앵커링한 채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준비 과정은 늘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고, 마음은 쉽게 지쳤다. 이번 수업을 통해 이것이 전형적인 네거티브 앵커링의 부작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긍정적인 기억을 활용하는 습관보다는, 부정적인 기억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삶은 결국 끊임없는 긴장과 자기 소모를 동반한다. 이번 수업은 이 오래된 패턴을 인식하고, 과거의 긍정적 기억을 자원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임을 분명히 알려주었다.


성찰의 출발점은 ‘정의’를 묻는 것이다

수업 초반에 강조된 개념은 ‘성찰’이었다. 성찰은 단순히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정의를 명확히 묻는 행위다. 우리는 익숙한 단어를 너무 쉽게 흘려듣는다. 그러나 코칭에서 중요한 것은 “그게 정확히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는 태도다. 내담자의 말뿐 아니라, 나 자신의 말에서도 의미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메시지는 마음의 습관이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현재의 선택을 제한한다. 의식적 능력 단계에 머무르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All In이 필요하며, 무의식적 능력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최소 21일간의 집중과 반복이 요구된다. 무의식적 습관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Life Event와 변화의 순간

수업에서는 ‘Life Event’라는 개념도 깊이 다루어졌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신념과 가치는 단 한 번의 사건으로도 급격히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인지적 변화에 머무르느냐, 아니면 정서적·생리적 변화를 동반하느냐이다.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 변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깨어 있는 사람은 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Life Event에서도 배움을 얻는다. 반대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버릇은 스스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제약이 된다. 이 문장을 들으며, 나 역시 얼마나 자주 나를 규정해 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앵커링과 자원 개발의 본질

NLP에서 말하는 앵커링은 과거의 사건과 감정, 즉 오감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이 앵커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인생을 비교적 유연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의 좋은 기억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반복 재생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자원 개발(Resource Development)이다. 자원 개발은 과거의 스토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느꼈던 오감의 감정 에너지를 현재로 가져오는 작업이다. 일반 상담이 과거의 이야기를 묻는 데 집중한다면, NLP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에 초점을 둔다. 과거의 이유보다, 현재의 반응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자원 개발: 오감으로 되살린 내 삶의 에너지

자원 개발(Resource Development)은 과거의 사건을 단순히 회상하는 작업이 아니다. 기억 속에 저장된 감정과 신체 감각을 오감으로 다시 불러내어, 지금 이 순간에도 활용 가능한 내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번 자원 개발을 통해 나는 삶과 코칭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네 가지 핵심 자원을 보다 선명하게 재구성했다.


1. 끈기: 포기 직전에서도 한 걸음 더 내딛게 하는 힘

(활용 상황: 포기하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때)

이 자원의 출발점은 2018년 5월, 지리산 천왕봉 산행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 불빛만 의지한 채 산길을 오르던 새벽, 바람에 스치는 풀잎 소리와 젖은 흙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발 아래에서는 흙과 바위가 섞인 등산로가 미끄럽게 느껴졌고,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다리에 묵직한 피로가 전해졌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습한 공기가 폐 깊숙이 밀려들었고, 거칠어진 숨소리가 고요한 산속에 그대로 울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우비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며 ‘톡, 톡’ 소리를 냈고, 빗소리와 심장 박동이 묘하게 겹쳐 들렸다. 몸은 이미 한계를 넘은 듯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나를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밀어냈다.

날이 밝아오며 희미한 빛이 숲 사이로 스며들었고, 나무와 바위, 이름 모를 꽃들이 마치 묵묵히 응원해 주는 존재처럼 보였다. 마침내 천왕봉 정상석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환희가 솟구쳤다. 비에 젖어 까끌까끌해진 정상석을 두 손으로 끌어안았을 때 느껴진 차갑고 단단한 촉감은, “나는 끝까지 해낸 사람이다”라는 감각으로 몸에 새겨졌다.

이 기억은 지금도 바지 주머니 속 ‘감사의 돌’을 만지는 순간, 다시 살아난다.


2. 성취감: 어려운 과제를 완수했을 때의 확신

(활용 상황: 크고 복잡한 일을 마주할 때)

두 번째 자원은 LG 그룹 생산성 향상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성취감이다. 2023년 4월 4일, 인화원 대강당에 들어섰을 때 느껴졌던 넓은 공간의 울림, 행사장에 퍼져 있던 잔잔한 음악 소리, 사람들의 낮은 대화음이 복합적으로 귀에 들어왔다. 푹신한 좌석에 앉자 긴장과 기대가 동시에 몸을 감쌌고,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조명이 단상 쪽으로 모일수록, 지난 2년간의 회의, 현장 방문, 시행착오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얼굴로 피가 몰리는 느낌과 함께 가슴이 강하게 뛰었다. 박수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고, 입가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투명하고 묵직한 트로피를 손에 들었을 때, 차갑고 단단한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그 무게는 단순한 상의 무게가 아니라, 긴 시간 버텨온 노력의 밀도처럼 느껴졌다.

이 성취감은 “어려운 일도 결국 해낼 수 있다”는 확신으로 저장되었고, 지금도 트로피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다시 활성화된다.


3. 행복감: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 인정의 순간

(활용 상황: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싶을 때)

2023년 11월 30일 저녁, 조직 해체 이후 맞이한 마지막 회식 자리. 술자리가 끝나고 밤공기가 서늘하게 피부에 닿던 순간, 구성원들이 갑자기 나를 둘러쌌다. 하나둘 가까이 다가오던 얼굴들에는 슬픔과 웃음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누군가의 손이 어깨를 잡고, 또 다른 손이 허리를 받치며 몸이 공중으로 들려 올려졌다.

순간 몸이 가볍게 떠오르며 시야가 위로 이동했고, 사람들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와’ 하는 함성이 거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 여러 사람의 손이 내 몸을 떠받치고 있다는 촉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안정감과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나는 직책이나 역할을 내려놓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두 손을 깍지 끼는 지금의 앵커링 동작은, 그날 밤의 체온과 웃음소리, 가슴 깊이 차오르던 행복감을 다시 불러온다.


4. 기쁨: 두려움을 넘어 변화를 함께한 순간

(활용 상황: 어려운 코칭을 맡았을 때)

2025년 3월의 어느 저녁, 마지막 코칭 세션의 공기는 유난히 조용했다. 클라이언트의 목소리는 처음엔 작고 떨렸고, 말 사이사이 긴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숨소리, 미세한 표정 변화, 어깨의 긴장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클라이언트의 목소리가 맑아졌다. 울먹이던 음성은 차분하고 또렷해졌고, 과거를 이야기하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긴 시간 그를 짓눌러왔던 기억을 내려놓는 순간임을 직감했다. 나 역시 모르게 허리를 바로 세우고, 가슴 깊은 곳에서 따뜻한 울림이 올라왔다.

심장은 빠르게 뛰었지만 불안이 아닌 벅참이었다. “함께 이 시간을 건너왔구나”라는 감각이 온몸에 퍼졌다.

감사의 돌을 만질 때마다 나는 이 장면을 다시 떠올린다. 코치로서 변화를 함께한 순간의 감동이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마무리: 오감으로 저장된 자원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네 가지 자원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니다. 오감을 통해 몸에 저장된 경험은 언제든 다시 호출할 수 있는 현재형 에너지다. 끈기, 성취감, 행복감, 기쁨은 삶과 코칭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를 지탱하는 내적 기반이 되었다.

이 기억들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실질적인 에너지 자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자원을 의식적으로 불러내고, 앵커링을 통해 일상 속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영향력의 원, 그리고 일상의 실험

수업 이후 나는 ‘영향력의 원’ 훈련을 일상에 적용하고 있다. 방에 들어설 때마다 가상의 원을 통과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상상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반복할수록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집중도가 올라가고, 기분이 전환되는 경험을 분명히 느낀다.

이제는 이 기법을 골프 티박스, 중요한 미팅 전, 코칭 세션 전에도 활용해 볼 계획이다. 자원은 머릿속에만 있을 때 힘을 쓰지 못한다. 몸으로 불러올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자원이 된다.


이번 수업을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과거는 나를 묶는 사슬이 될 수도 있고,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기억 자체가 아니라, 그 기억을 다루는 나의 태도다.

For Your Dream Life
by Dream 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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