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P 전제 #18: 저항은 리더의 융통성 없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특히 코치나 상담자, 혹은 부모라는 리더의 위치에 서게 되면 종종 ‘저항’이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변화를 거부하는 클라이언트, 입을 꾹 닫아버린 자녀, 혹은 지시를 교묘하게 회피하는 팀원을 마주할 때 리더의 마음속에는 답답함과 원망이 차오르기 마련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화살을 외부로 돌린다. “상대가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저 사람은 원래 고집이 세다”, “변화할 의지가 부족하다”라며 상대방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다. 하지만 NLP의 전제는 우리에게 아주 낯설고도 강력한 통찰을 제시한다.
“저항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가 충분히 유연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 문장은 리더에게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열쇠가 상대가 아닌 ‘나’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저항: 상대를 지키려는 무의식의 정당한 반응
먼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저항’의 본질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NLP 관점에서 볼 때, 저항은 단순한 반항이나 고집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 즉 경험과 신념으로 구축된 ‘지도(Map)’를 가지고 살아간다. 누군가가 나의 지도에 맞지 않는 정보를 강제로 주입하려 하거나 나의 영역을 침범하려 할 때, 무의식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목격하는 ‘저항’이다.
따라서 저항은 그 사람의 내부 논리와 정합성을 지키려는 지극히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만약 상대가 저항하고 있다면, 그것은 리더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통 방식이 그 사람의 세계관(지도)과 충돌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때 리더가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며 “내 지도가 맞으니 이리로 오라”고 강요하면, 상대는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게 된다. 결국 저항이 심화되는 것은 상대의 인격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리더가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내지 못한 ‘유연성 부족(Inflexibility)’의 결과인 셈이다.

뼈아픈 성찰: 딸아이의 꿈을 가로막았던 부모라는 벽
이 이론을 정립하며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기억 중 하나인 딸아이와의 갈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글쓰는 사람, 그리고 코칭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지금도 이 기억은 나에게 커다란 스승 역할을 한다.
내 딸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확고한 꿈이 있었다. 바로 연기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딸아이의 간절한 외침을 ‘학창 시절의 군중 심리에 따른 일시적인 흥미’로 가볍게 치부해 버렸다. 나는 부모라는 권위를 입고 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그것은 설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일방적인 강요였다. “지금은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다”, “연기는 나중에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는다”는 논리를 들이밀며 아이의 꿈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딸은 마지못해 일반적인 학업을 이어갔고, 고3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네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부모의 약속을 유일한 탈출구로 삼아 견뎠다. 결국 아이는 자신이 전혀 원치 않았던 법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나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부모로서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했다는 오만한 확신에 차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3년이 지난 지금, 진실은 명확해졌다. 딸은 여전히 연기 공부를 이어가며 자신의 꿈을 좇고 있다. 부모의 강요는 결코 아이의 꿈을 꺾지 못했다. 오히려 나의 유연하지 못한 태도는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돌아가게 만들었을 뿐이다. 만약 그때 내가 리더로서 유연성을 발휘해 아이의 세계관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지금쯤 딸은 훨씬 더 단단하고 행복한 예술가로 성장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항은 딸아이의 고집이 아니라, 내 소통 방식이 틀렸음을 알리는 절규였던 것이다.
유연한 리더는 ‘정답’이 아닌 ‘다양한 경로’를 가진다
융통성이 있는 리더는 한 가지 열쇠로 모든 문을 열려 하지 않는다. 열쇠가 맞지 않으면 열쇠를 새로 깎거나, 다른 문을 찾거나, 때로는 창문을 통해 들어가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목표(Outcome)는 확고하게 유지하되, 그곳에 도달하는 경로(Process)는 무한히 열어두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힘이다.
- 언어적 유연성: 논리적인 설명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감성적인 비유(Metaphor)를 활용해 보는 것이 좋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비유는 강력한 저항을 허무는 도구가 된다.
- 소통의 위치 변경: 지시하는 리더에서 질문하는 코치로 위치를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라”는 명령 대신 “당신의 방식으로는 어떤 가능성이 보이는가?”라는 질문은 상대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 정서적 매칭: 이성적인 설득이 막힐 때는 먼저 상대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라포(Rapport)를 형성해야 한다.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의 모든 논리는 공격으로 간주될 뿐이다.
상대가 저항하고 있다면, 그것은 리더에게 “다른 방법을 써보라(Try something else)”고 말하는 무의식의 메시지다. 이 신호를 포착하고 즉시 자신의 상태를 전환할 수 있는 리더만이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저항을 메시지로 바꾸는 질문들
코치나 부모, 직장 상사로서 관계의 정체기를 겪고 있다면 판단을 내리기 전에 잠시 멈추어 보길 권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아야 한다.
- 나는 지금 상대의 ‘지도’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가?
- 내가 고집하고 있는 이 소통 방식은 오직 나에게만 편한 방식은 아닌가?
- 저항이 일어난 지점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상대방의 긍정적 의도는 무엇인가?
-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완전히 다른 방식’은 무엇인가?
저항은 관계의 실패를 뜻하는 종착역이 아니다. 오히려 리더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유연성을 발휘하도록 초대하는 출발역이다. 상대의 마음 문이 닫혔다면, 그것은 리더에게 더 정교하고 부드러운 열쇠를 만들 준비를 하라는 신호와 같다.
결국 소통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소통하는 사람에게 있다. 저항을 다루는 유연함이야말로 타인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모든 리더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미덕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오늘, 어떤 유연함으로 소통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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