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자화상, 김부장 이야기
퇴직 1년 후,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에서 마주한 나의 얼굴
12월. 퇴직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한 분이 내게 말했다.
“요즘 핫한 드라마가 있는데 꼭 보세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라고…”
김부장이라는 표현이 의미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때는 왜 그 드라마를 내게 추천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신없이 보냈던 지난 한 주를 마무리하며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 이야기 속에는 김부장은 바로 나의 모습, 그리고 이 시대 중년 직장인의 초상이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남 이야기 같았던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
초반 몇 회는 솔직히 큰 공감이 되지 않았다. 영업 조직, 승진 경쟁, 실적 압박… 나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세계였다. 나는 오히려 ‘미생’의 오상식 차장을 떠올리며 “나는 저쪽에 더 가깝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김부장 같은 사람이 아니야 하며 애써 마음 속에서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차가 지나고 주인공 김낙수 부장의 내면 심리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묘한 동질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살았다고 믿었지만, 어느 순간 버려지는 경험.”
“회사를 위한 헌신이라 믿었지만, 결국 승진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마주하는 순간.”
그의 이야기는 남이 아닌 바로 내 이야기였다.
가족을 위해 일했다 믿었지만… 결국 지키고 싶었던 것은 ‘내 자존심’
드라마 속 김부장은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고 믿었다. 자신의 조직 내 성장을 추구하며 승진에 매달리는 것을 가족을 위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모른 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퇴직 후 돌아보니 비슷했다. 승진에 욕심이 없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는 기대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잘하고 있다’는 자기 위안으로 버티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든 과정들이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 믿고 있었다.
회사 스트레스 속에서 지쳐가는 마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 “가족을 위해서”라는 문장을 반복하던 나는, 어쩌면 감정이 눌린 로봇처럼 살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런 나의 내면 감정을 알아 주지 않았다. 어쩌면 나 자신이 철저하게 조직 내에서 나를 짓누르며 내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냥 고생했다고 말해줘…” 첫눈물과 정직한 감정의 순간
드라마 속에서 김부장이 희망 퇴직 후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유독 뇌리에 남았다. 아내가 낮에 집에 들어온 주인공의 이상한 행동을 통해 그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냥 고생했다고… 한마디만 해 줘라.”
드라마 장면은 거짓말 같이 내가 내 뱉은 대사 대로 흘러 갔다. 김부장 유승룡을 아내 명세빈이 고생했다며 두 팔을 벌려 안아 주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 그랬는지도 모르게 흘러 내리는 눈물이 마냥 싫지는 않았다. 퇴직 후 지금까지 괜찮은 척 지내왔지만, 마음 한 곳에는 여전히 작은 상처와 아쉬움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중년의 갱년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래 묵혀온 감정이 비로소 올라온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 것이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내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있던 그 감정이 봇물 터지듯이 터져 나왔다. 나는 왜 나의 이런 감정을 미처 모르고 지내 왔던 것일까? 드라마라는 매개체를 통해 알게 된 나의 진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나를 힘들게 한 것은 회사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극 중 김부장은 퇴직 후 여러 실수와 불안 속에서 결국 공황 장애를 인정한다. 그의 독백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감정 말이다.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 했어.”
나 역시 그랬다. 회사도, 상사도 아닌, 나 자신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내 왔지만, 나 역시도 나의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나였다.

김부장의 길, 그리고 내가 선택한 길
드라마 속 김부장은 세차 일을 선택하며 모든 사회적 가면을 내려놓고 ‘진짜 자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현실의 나는 글쓰기와 공부를 선택했다. 길은 달랐지만, 결국 나 또한 나를 찾는 여정 한가운데 서 있었다. 지난 세월의 나를 내려 놓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꿈을 찾는 여정’… 내 마음 속 김부장을 찾는 과정
내 블로그 필명은 Dream Max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지냈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나의 꿈 말이다.
내 안에도 김부장이 있었다. 승진을 바라보던 나, 자존심 때문에 버티던 나, 가족을 위해라며 스스로를 속이던 나. 그리고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은 나. 오늘도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를 따라 또 하나의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걸어가고 있다.
For Your Dream Life
by Dream Max
